공지사항

'우이교회 이야기' (2023.08.22, 국민일보)
2023-08-27 08:21:02
holy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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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전문)

교회는 해가 지면 출입구를 걸어 잠갔다. 교회 역사가 114년이나 지났지만 주민과 소통은 많지 않았다. 흡사 섬처럼 동떨어져 있던 서울 강북구 우이감리교회(김용성 목사)가 주민들에게 문을 활짝 연 건 지난해 진행된 교회 리모델링 공사 덕분이었다.

지난 18일 방문한 교회에서는 자유롭게 교회 마당을 오가는 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주민들은 주택가와 우이초등학교 사이에 있는 교회를 지름길처럼 활용한다. 주민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큰 길로 나가거나 또 집으로 돌아갈 때 모두 교회를 가로지른다. 무엇보다 교회를 끼고 500m 가까이 돌아 학교에 가던 아이들이 교회를 지나 빠르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된 게 리모델링의 가장 큰 성과라고 했다.

김용성(60·사진) 목사는 “1971년 지은 교회를 리모델링하면서 사회교육관 1층 일부를 뚫어 아이들에게 통학로를 제공했다”면서 “이를 계기로 교회는 주민들이 사랑하는 지름길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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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사회교육관은 교회 본당과 초등학교를 가르는 성벽처럼 둘 사이에 우뚝 서 있었다. 교회는 이곳을 사무실과 예배·소모임 공간으로도 사용하는 동시에 일부 공간을 임대했었다. 여기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이 교회 재정에 도움이 됐지만 리모델링을 하면서 대부분의 상가를 비웠다. 이곳은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통학로는 1층에 있던 상가 한 곳을 뚫어서 만들었다. 이번 리모델링 공사의 백미로 평가받는다고 했다. 새 통로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뿐 아니라 교회가 지역사회와 완전히 연결되는 계기가 됐다.

2017년 교회에 부임한 김 목사는 단절된 듯한 교회에 활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몇 가지 사연을 소개했다.

“어느 날 퇴근을 하다 교회에 두고 온 게 있어 돌아갔는데 그사이 교회 문이 굳게 닫혀 있더라고요. 담임목사인 저도 그날 다시 사무실까지 가지 위해 애를 먹었습니다. 그날 교회를 열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교회에서 겨우 50m쯤 떨어져 있는 탁구장에서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운동을 하고 싶어 동네 탁구장에 가서 ‘우이교회 목사입니다’라고 소개했더니 대뜸 ‘어디에 있는 교회’냐고 묻더라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100살이 넘은 교회를 모르다니…. 모두 교회의 책임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김 목사뿐 아니라 교회 공동체는 ‘미래를 위한 그루터기를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 통학로뿐 아니라 사회교육관에 스터디카페와 콘서트홀, 어린이 전용 ‘다니엘의 도서관’, 키즈카페 ‘사무엘의 놀이터’, ‘하늘 카페’까지 만들었다. 주민들의 사랑방이 된 사회교육관에는 층마다 탕비실이 마련돼 있어 자녀들을 위한 간식과 이유식도 편하게 만들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해 질 녘이면 어김없이 걸어 잠그던 교회 문도 밤 10시까지 열어둔다. 이 시간까지 교회에는 공부하는 학생과 놀러 온 아이들, 동네 사랑방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 주민들로 북적인다.

최근에는 인수동주민센터와 협력해 지역사회에 ‘희망씨앗 나눔상자’도 전달했다. 어려운 형편의 이웃을 위해 생필품을 담은 선물상자를 전하는 일이다. 또 대형세탁기가 없어 이불을 세탁하지 못하는 독거노인을 위해 코로나19 전부터 ‘행복세탁서비스’도 이어가고 있다.

김 목사는 독일 보훔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조직신학자다. 실천신학대학원대에서 교회론을 강의하다 서울 서초구 수표교교회 담임목사를 거쳐 이 교회에 부임했다. ‘건강한 교회’에 대한 고민은 그에게 일생의 숙제와도 같다.

그는 “최근 교회가 사회로부터 욕을 먹는 건 교회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면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교회를 기대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타자를 위한 존재로서의 교회를 꿈꾸고 있다”면서 “코로나라는 큰 위기를 겪은 교회가 이제는 근본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교세 감소의 시대, 교회의 희망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김 목사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라고 답했다.

“2000여년 역사를 돌아보면 교회 자체가 희망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복음만 선포될 것 같은 교회 안에는 늘 이런저런 갈등이 있었죠. 하나님 나라를 꿈꾸지만 그 자체로 하나님 나라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희망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설교도, 목회도, 교인들의 친교도 모두 예수로 돌아가야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수라는 희망을 향해 가는 존재가 결국 교회입니다.”

앞으로 교회는 봉사전문가 고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김 목사는 “지역사회 선교를 위해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할 사역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전문가를 통해 교회가 상처받은 이웃의 상담과 지역사회 섬김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기사링크 : [다시, 희망의 교회로] 교육관 뚫어 학생들에 통학로 제공… 100년 만에 교회 문 활짝 < 다시, 희망의 교회로 < 기획연재 < 뉴스 < 기사본문 - 더미션 (themis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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